봉원사 현성스님 벽담스님

부처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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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76회 작성일 14-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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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살인

하루는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실신하여 인명을 구한 어느 고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정광불(定光佛)이 이 세상에 출현했던 아주 먼 옛날 5백 명의 상인들이 보물을 찾아 바다로 나갔다.

그런데 그 상인들 중 한 사람은 보물을 캐내면 다른 상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보물을 혼자 독차지하려는 악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당시 '대애(大哀)'라는 고승이 있었는데, 지혜가 출중하고 덕이 높아 가히 사람과 하늘의 도사(導師)라고 불릴 만했다.

한번은 꿈에 해신(海神)이 나타나 대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5백 명의 상인이 보물을 캐러 바다에 나갔는데, 그 중 간악한 자가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보물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음모가 실현되면 그는 지옥에 떨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할 것입니다.

도사께서 지혜를 써서 그들이 졸지에 비명횡사 당하는 일을 막으신다면 그자가 큰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에 대애는 상황이 급박한 것을 알고 7일 밤낮을 번민에 휩싸였다. 그러나 딱히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결정했다.

'그 간악한 자를 죽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구나...!'

그러나 만일 다른 상인들에게 그 사정을 알린다면 모두들 격분하여 그를 쳐죽일 것이 당연했다. 그러면 그들 역시 지옥에 떨어지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대애의 번민은 계속되었다.

'내 직적 그를 죽인다면 살생의 업보로 수천 겁 동안 고난을 겪게 되겠지만, 5백 명의 상인들이 전부 죽는 일은 막을 수 있고, 또 간악한 그자가 지옥에 떨어지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끝내 지옥에 떨어진다면, 그때는 나 역시 지옥에 있을 터이므로 그에게 불법(佛法)을 가르쳐 인과응보의 법칙을 깨닫게 하여 영원히 죄를 짓지 않고 고해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하리라..!'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대애는 밤에 작은 배를 타고 5백 명의 상인이 타고 있는 커다란 배로 접근했다.

그리고 야음을 틈타 그 배로 올라가서는, 간악한 상인이 자고 있는 선실로 들어가 소리 없이 그를 죽여버렸다. 그런 다음 그자의 음모를 글로 써서 책상 위에 남겨두었다.

그것을 보게 될 상인들에게 나쁜 마음을 먹지 말 것이며, 재물 때문에 인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글도 덧붙였다.

아침이 되자 상인들 중 하나가 죽은 자 옆에 있던 편지를 발견하여 동료들에게 알렸다. 사람들은 비로소 죽은 자의 행동거지가 수상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죽음으로부터 자기들을 구해준 대애 도사를 진심으로 추모했다.

부처님이 말씀을 덧붙이셨다.

"대애는 자비심에서 5백 명의 상인을 구하고자 방편을 써서 자기가 직접 살인을 한 것이다.

그런데 대애는 비록 살인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수명이 다한 후 지옥에 떨어지기는커녕 5백 명의 목숨을 구한 공덕으로 제12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내 너희에게 일러주느니, 그때의 대애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나는 그때 방편을 써서 뭇 상인의 생명을 구한 공덕으로 생사윤회의 고통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그때 배에 타고 있던 5백 명의 상인들은 바로 현겁(賢劫) 중에 출현한 5백 명의 부처님이시다..."

진정한 희생에는 아무런 계산도 없다.

마음속 깊은 곳에 뭔가 바라는 것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희생이 아니다.

[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참 지혜로운 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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