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 현성스님 벽담스님

뱀의 허물과 무소의 뿔(숫타니파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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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97회 작성일 14-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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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을 막아서 물을 고이게 하는 식의 사랑이 아니라, 물을 퍼내면 퍼낼수록 더욱 힘차게 솟아오르는 지하수 같은 사랑을 ...


<숫타니파타>의 뜻은 '경들의 모음' 즉 '경집(經集)'이다.
<숫타니파타>는 1,000여 개의 게송이 5품 70경으로 되어있다. <숫타니파타>전체가 한문으로 번역되지는 않았고 오직 제4품만 <의족경(義足經)>이라는 이름으로 한역되었다. <불설의족경>은 2권으로 되어 있다. 인도 재가불자인 지겸이 중국에 와서 기원후 223년과 225년 사이에 번역했다.
팔리어본은 팔리대장경 속에 있거니와 이 <의족경>의 직접적인 범어 원본은 현재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단지 한역본과 일치하지 않는 범어본 <숫타니파타>의 파편이 나타났는데 많은 불경과 논장에서 이 <숫타니파타>가 중국어로 음역된 범어 이름으로 인용되고 있다.

<숫타니파타>도 한글을 비롯해서 영어·독어·일어 등의 현대어로 수차례 번역되었다. 한글로 번역된 것은 필자에게 두 가지가 있다. 민족사에서 일본어본을 번역한 것과 법정스님이 번역한 것이다. <숫타니파타>는 부처님의 입김과 숨결이 풍겨 오는 듯한 원음으로 담겨 있다. 여기에는 아무런 현학적인 교리가 없다. 해탈의 피안을 향해 구도자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 간단 명료하게 설해져 있다. 여기에서는 부처님이 멀리 있는 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숫타니파타>의 말씀들은 인간이 봉착하는 문제들을 통달한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말해 주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인생의 고뇌로부터 해탈하는 방법과 초탈한 사람의 생활 등에 대해서 간결하게 기록되어 있다.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 된 불경 중의 하나로 근본불교 사상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경전이다.

이 경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로 모아져 있지는 않았고 각 품의 경들이 따로 떠돌아 다니다가 뒷날 모아졌기 때문에 경전의 앞뒤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각 품의 각 경을 떼어서 읽어도 된다. 이 경의 내용을 조금 읽어보고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 유익하게 소화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먼저 뱀이 허물 벗는 비유부터 시작하자.

넘쳐흐르는 애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잡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없애고 마음이 잘 다듬어진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의 뿌리를 뽑아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세 개의 게송을 읽었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린다는 비유를 반복한 것은 모든 집착을 다 여읜다는 뜻을 나타낸다. '애착의 물줄기를 말려 버린다.'든지 '잡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버린다.'든지 '악의 뿌리를 뽑아 버린다.'는 표현 외에 다른 해석이 필요치 않다. 모든 집착을 여의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불경들이 한결같이 강조하기 때문에 이 가르침은 수행자를 위주로 부처님이 설한 것이다. 그렇다면 재가불자들은 이 부처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문제이다. 가정생활을 하는 이들은 부모형제와 처자권속이 있다. 그 사람은 애착의 물줄기를 끊지 않아야 하고 애착의 잡념을 불살라 버리지 않아야 할까? 이 말씀이 결혼하려고 하는 신랑이나 신부에게는 필요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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